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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예술의 연속/처음 보는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후기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by JENNiNE_your red ruby 2018.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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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중1 때 뮬란2를 보면서 뮬란2에서 비춰주는 ‘음과 양’에 대한 설명에서 혼란을 느꼈던 적 있었다. 

왜 여자와 남자라는 기준으로 음양을 나누지?, 왜 맨날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야?, 뮬란이 남자인 줄 알았을 때에도 샹은 뮬란을 좋아했었잖아? 왜 뮬란이 여자인 게 밝혀지자마자 전장에서 불타오르던 전우애가 남녀 간의 사랑으로 바뀌는 거야? 어떻게 저렇게 빨라?, 뮬란은 뮬란으로써 샹은 샹으로써 친구처럼 사랑할 수 없는건가? 왜 꼭 남녀로써 사랑해야해?, 왜 구국영웅에 등극한 뮬란이 자기보다 지위 낮은 샹을 위해 자기 성격을 바꾸어가면서까지 결혼 해야 해?, 아니 애초에 뮬란이 ‘여성’스러웠으면 구국이 가능했겠어? 뮬란이 여성스럽지 않아서 나라 뺏기지 않은 거 아니야, 저 성격의 장점을 국가적으로 다 누려놓고 이제 와서 뭐? 여자니까 바꾸라고?, 다른 여자들은 몰라도 나라를 지켜낸 뮬란 한 명쯤은 타고난 성격 그대로 살게 내버려둬도 되는 거 아니야?, 맨날 사랑에 울고 짜는 영화를 만들던 디즈니가 뮬란까지 저래 망친다고? 등등.



(↑엮지 않아도 될 두 캐릭터를 엮을 땐 꼭 목걸이가 얽히는 이딴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엮더라)


내 워너비이던 뮬란은 뮬란2에서 유리구두 흘리는 어설퍼빠진 신데렐라와 다를 바 없어졌고. (몇몇 장면에서는 신데렐라만도 못 해 보였음. 신데렐라는 여우 같이 유리구두 홀라당 버려두고 왕자가 찾아오게 만들기라도 했지.) 한 나라를 지켜낸 구국영웅 파뮬란이 리샹의 여자,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는 것을 보는 건 절망적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워너비? 캐릭터가 사라졌고. 알 수 없는 반항심에 뮬란처럼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25살을 겪고 26살이 되고 ‘결국 난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구나.’라고 현실을 깔끔하게(?) 직시하기까지, 뮬란2에서나온 음과 양을 인정하기까지 자그마치 12년이 걸렸다. 올해에서야 그렇게 싫어하던 어른들의 오래되고 재미없고 발전없는 성적 역할을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최근 두 번의 위기(?)로 인해 ‘내가 남자였어도 이런 말을 들었을까? 한번 확 엎어야하지 않을까.’와 ‘조용히 인내해야지. 어차피 내 남자도 아닌데 굳이 입씨름 할 필요 있나.’라는 생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그런 상황에 눈에 들어온 영화가 바로




영화포스터


call me by your name. 이 영화였다. 

제목 봐라. 이 얼마나 로맨틱한가. (영화를 보기 전 내 머리 속 call me by your name은 give me your surname=marry me라는 뜻이었다.)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달라니. ‘음과 양이 만났다면 두 말 할 것 없이 양의 성을 따르는 게 일반적인데, 양과 양이 만났으니 당연히 고민되지~ 어떻게 되나 보자.’ 하고 봤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결혼은 무슨ㅠㅠ)

여자인 나에게 남의 이야기(?)인 양-양 로맨스를 보며. 내 사소한 고민들은 죄~다 해결되었지만. 집에 오는 내내 여운이 가시질 않더라.



(↑개인적으로 너무 예뻐보였던 씬)



스포일러 없이 간단하게! 영화는 현실 속 우리네 삶처럼 정리되지 않는 상황들을 마구 보여준다. 

올리버를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 척 마르치아와 시간을 보내는 엘리오. 

엘리오에게 신호를 보내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인 것 같아 괜스레 냉정하게 굴던 올리버. 

엘리오처럼 음양을 거스르는(?) 사랑을 했던 엘리오의 아버지. 

엘리오에게 외면 당하고도 너를 영원히 사랑하니까 친구로 지내자고 말하는 마르치아.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던 엘리오의 어머니.

우리네 삶처럼 하나도 깔끔하지 않은 대환장 파티가 일어나는데, 우리네 삶에서처럼 누구 하나 악한 사람이 없다. (악한 사람이 있었다면 차라리 그 사람의 탓을 하며 원망하고... 속이라도 편했을 것인데.) 그저 사회에서 정해준 역할을 벗어나지 않는 착한 개개인이 있을 뿐이다.




(그가 리스트?를 싫어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나를 싫어한다고 한 줄 알았다던ㅠㅠ)



도대체 누가 여자를 음, 남자를 양이라고 정했는지 모르겠다. 겨우 음과 양. 저 두 가지로 나누기에 한 개인은 너무나도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여성성만 가진 여자도 없고, 남성성만 가진 남자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성 남성성 이 이중적 모습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에 비해 사회는 개인에게 한 가지만을 강요하고 제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을 받아온 개개인들은 자아를 부정해서 길을 잃게 된다. 

(일렁이는 봄바람에 흔들리며 꽃을 피워내는 것이 삶의 아름다움인데. 그 봄바람이 늘 양일 수, 늘 음일 수 없는데. 사회에서 한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느끼면 안된다고 교육 받아왔기에. 우리는 끊어지지 않는 감정들을 차단하고. 그렇게 길을 잃는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적 역할, 성적 사랑, 결혼이라는 제도는 개인의 성적부분을 너무도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고. 그 제한하는 방식은 여러 사람이 모인 사회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명대사들이 넘쳐났던 씬. 이 씬을 위해 1시간 30분이 있었을 것이다. 힐링.)


영화 결말 부분에 엘리오의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그런 사랑을 했었노라고, 하지만 늘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당기고 있었노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회에서 정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자식까지 가진 엘리오의 아버지조차도 ‘사랑을 말하느냐, 죽느냐’의 문제를 겪었다는 것이다. (엘리오의 어머니 또한 이런 경험이 있다는 것이 복선으로 나온다.)




음과 양 단 두 가지로 나눠서 개인의 성적 측면에 대해서 단정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 같다. 개성화 시대라는 말이 나온지는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성의 자유화 시대는 왜 아직도 도래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의 남녀갈등 또한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은 채 사회에서 너무 폭력적인 방식으로 교육 시키고 강압해서 생겨난 현상이 아닐까.

이왕 여기저기서 문제성이 드러나며 남녀가 갈등을 빚고 사회가 엉망진창이 된 만큼. 차라리 더더더 갈등하고 더더더 엉망진창이 되어서 새로운 기준들과 해결책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렇게 어이 없이 사랑을 포기하는 영화가 나오지 않기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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