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s 줄거리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사랑에 굶주린 소녀와 소년의 뼛속 시린 첫사랑
열여덟 살이 된 매런은 유일한 가족인 아빠마저 곁을 떠나자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를 찾는 길에 오른다.
절망 가운데 자신과 같은 식성을 가진 소년 ‘리’를 만나고,
동행하는 길 위에서 사랑을 느끼지만 매런에게 사랑은 늘 파멸과 마찬가지였기에 이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다.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매런은 리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이 길의 끝에서 매런은 고대하던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이하로는 자세한 줄거리가 담겨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JENNiNE's 줄거리
영화는 파자마 파티에 초대하는 친구와 섣불리 가겠다고 응하지 못하는 매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망설이던 매런은 친구의 '너 친구 사귀고 싶다며.' 라는 말에 간다고 한다.
그렇게 아버지와 저녁을 먹고 방으로 향하는 매런.
여기서 이상한 점은 아버지가 매런의 방에 자물쇠를 걸어잠근다는 거.
(그리고 아버지 몸매가 완전 핫가이라는 거...? 저런 핫가이를 왜 굳이 아버지로 섭외했나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파자마 파티에 간 매런은 매니큐어한 친구의 손가락을 먹고...
아버지와 도망가는 거로 영화는 시작된다.
아버지는 매런의 이상행동에 지쳐 출생신고서와 텍스트로 남지 않는 녹음 테이프를 남기고 매런을 떠난다.
그렇게 출생신고서에 적힌 엄마의 주소지로 향하는 매런.
돈이 넉넉치 않아 버스 타려고 매표소로 향하고
매표소 직원은 학교 갈 시간 아니냐, 미성년자 아니냐, 보호자는 어디있냐고 묻는다.
이 지역에서는 미성년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미성년자가 아니라며 출생신고서를 보여주는 매런.
아버지가 사라진 후, 매런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건 얼굴도 본 적 없는 어머니의 이름이 적힌 출생신고서 뿐이다.
그렇게 종점에 도착해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매런.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긴장한다.
매런을 보고 있는 노신사(?).
자신의 이름을 셜리라고 소개하고, 먹은지 얼마나 됐냐고 묻는다.
'특정한' 무언가를 먹었냐고 묻는 것 같은 질문+낯선 상대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크게 답하지 못하는 매런.
셜리는 식인하는 사람들(eater)끼리는 서로의 냄새를 맡고 분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eater들을 믿지는 말라고, eater들은 서로를 잡아먹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자 다시 셜리를 경계하는 매런.
셜리는 먹을 거 줄테니 따라오라고 하고 매런은 불안해하면서도 그를 쫓아간다.
셜리는 집에서 닭고기 요리를 해주고... (여기 사운드는 정말... 육식 좋아하는 나도 육식이 싫어지게 만드는...)
매런은 일반적인 요리를 해주는 셜리를 보며 안심하려는 찰나, 지금 있는 집이 셜리의 집이 아님을 깨닫는다.
2층에서 죽어가는 노부인을 보고 충격에 사로잡힌 매런이 셜리의 욕망을 판단하는 말을 하자,
셜리는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는다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먹는다고 한다.
셜리와 식사(?)를 한 매런은 셜리가 가지고 다니는 땋은 머리(기리기 위한 방식)을 보며 힘들어하고.
자신을 3인칭화해서 말하는 셜리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셜리가 씻는 사이 도망쳐나오는 매런.
셜리는 매런이 탄 버스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렇게 또 다른 지역에 도착한 매런은 상가에서 도둑질을 하고.
거기서 같은 eater인 리의 존재를 느낀다.
다소 마른 체격의 리는 건장한 성인 남자를 도발해 밖으로 끌어내고.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나온다.
리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던 매런은 겁도 없이 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겁도없이 리의 집에 따라 들어가서 리의 집을 둘러보고, 리의 여동생도 만난다.
여동생은 리가 집에 있기를 바라지만, 어쩐 일인지 리는 집에 있는 걸 불편해하고.
(엄마와 마주치는 일을 극도로 피한다.)
남매는 그 문제로 다툰다.
그렇게 식당으로 향하는 리와 매런.
리와 매런은 식당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첫 만남에 리의 집을 둘러보고, 여동생과 인사까지 나눈 매런은 리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리는 eater인 자신에게 경계심 없이 솔직하게 이것저것 말하는 매런에게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또 다른 eater인 셜리에 관한 얘기를 하는 매런에게 리는 자신은 믿냐고, 어떻게 믿냐고 묻고.
매런은 그제서야 리를 왜 믿는지 생각하며 당황한다.
합당한 이유를 못 찾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거 없이, 그냥 믿는다는 눈빛을 보내는 매런.
리는 이 눈빛의 의미를 아는지 매런에게서 잠시 떨어져 생각할 시간을 번다.
개인적으로 이 씬이 두번째로 기억에 남았다.
셜리는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며(거짓말일 확률이 높은) 자신을 부풀리고
묻지도 않은 tmi를 구구절절 읊으며 믿음을 사고, 요구하는.
뭐 그런 구린 남자였다면.
리는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거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티없이 솔직한 매런을 걱정하며, 매런의 눈빛에서 매런의 감정을 읽어내는.
저절로 믿음이 가게 만드는 남자다.
셜리는 구역질 나는 뒤틀린 욕망을 자신만의 멋드러진(믿을 수 없는) 룰로 가린 채
believe를 재촉하는. 성숙한 척 하느라 솔직하지 못한 늙은 남자지만.
매런은 욕망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욕망에 충실한 짐승 같은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상대방의 trust를 얻어내는. 성숙하진 않지만 솔직한 남자인 거다.
그렇게 매런은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리는 기다렸다는 듯 그 여정에 동참한다.
그렇게 가는 길, 둘은 또 다른 eater 2명을 만난다.
한 명은 타고난 eater, 다른 한 명은 배워나간 eater였고.
타고난 eater는 뼈까지 먹어본 적 있냐고, 첫 식사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배워나간 eater는 자신이 타고나길 그런 취향을 가진 게 아니라 배워나갔다고 말한다.
자신의 타고난 욕망을 받아들일 수 없어 힘들던 매런은
타고난 것도 아니면서 사람을 먹는 eater에게 분노를 느끼며 자리를 박차고 나서고.
그 모습을 본 타고난 eater는 둘의 주도권이 매런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리에게 너는 마약 딜러 같다고,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조금만 건드려도 훅 날라가는 그런 존재 같다고.
리도 이미 둘 관계의 주도권은 매런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딱히 뭐라고 하지 않는다.
둘은 자신들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두 eater들에게서 도망쳐 나오고.
매런의 엄마를 찾는 여정을 계속한다.
그 여정에서 두 사람을 사냥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가정이 있음을
그것도 갓 태어난 아이와 아내로 구성된 가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지 못한 매런은 괴로워하고...
계속 운전해서 찾아간 엄마의 주소지엔 엄마가 아닌 외할머니가 있었다.
외할머니를 통해 엄마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매런.
외할머니는 이곳에 다시 오지않는다는 조건으로 엄마가 입원한 병원 위치를 알려주고.
매런은 마침내 엄마를 만난다.
처음 본 엄마는 처참... 그 자체다.
식인을 하지 않기 위해 양 손목을 스스로 먹었고.
약 기운 때문에 거동도 불편하다.
언젠가 찾아올 딸을 위해 편지를 썼다는 엄마.
매런은 언젠가 찾아올 것을 알고 있던 엄마에게서 불안함을 느낀다.
그렇게 편지를 읽어보는 매런.
매런의 엄마도 자신이 가진 욕망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럼에도 그 욕망을 컨트롤 할 수 없어 괴로운 한 인간이었다.
스스로를 괴물로 여기던 그녀는 자신의 자녀도 괴물이라 일컫고.
괴물에게 행복한 세상은 있을 수 없다는 독설을 남겼다.
그렇게 매런에게 달려드는 매런의 엄마.
매런은 병원에서 나와 리와 차에 탄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던 매런은 자신을 낳아준 엄마의 사랑이 간절했지만,
매런의 엄마는 매런을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매런의 엄마는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그렇게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매런과 그런 매런의 옆에 있어주는 리.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매런은
괴물 같이 느껴지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싶었는지 리에게서 도망친다.
차를 타는 일 없이 오로지 걷고, 또 걷는다.
그렇게 리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싶을 때 셜리가 다시 나타난다.
자신을 쫓아다닌 거냐는 매런의 질문에
순순히 스토킹 했음을 인정하는 셜리.
매런은 셜리의 자존심 상할 말들을 내뱉고.
셜리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욕을 내뱉는다.
(이 씬까지 셜리는 좀 이상하면서도 짠하고 귀여웠음)
이 과정을 통해 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매런.
리의 동생에게 찾아가 리가 어디있냐고 묻고.
리가 있다는 호수로 향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화하는 두 사람.
첫 키스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매런과
몰고다니던 차를 보며 '저 트럭에서 여자친구한테 노래도 불러줬지.'라고 하는 리.
매런은 그 말에 기뻐한다.
(리가 매런을 전여친이라고 하지 않아서인지, 여자친구라고 공식적으로 관계를 정리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둘.
리는 그동안 비밀로 간직해 온 자신의 아버지와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고.
'나 정말 나쁘지?' 라고 묻는다.
매런은 리의 상처와 숨겨온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듯
'그저 널 사랑한다는 것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안 들어.' 라고 답한다.
이 대화로 깊어지고 견고해진 둘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로 약속하며 동거를 시작하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하지만 따듯한 일상을 보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완전 스포일러!!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셜리가 찾아와 매런을 강간 내지는 해치려하고.
이를 뒤늦게 목격한 리는 매런과 같이 셜리를 공격한다.
분노에 휩싸인 매런은 셜리의 심장을 파내서 셜리에게 보여주고.
나중에서야 리의 상처를 발견한다.
셜리의 장기를 빼죽여서 구급대를 부를 수도 없는 상황.
직접 병원에 가야하는데 쉽지 않다.
리는 다른 사람에게 먹히기 싫으니 자신을 먹어달라고, 뼈까지 먹어달라고(bones and all) 하고.
매런은 싫다고, 그럴 수 없다고 울며 리의 온 몸에 키스한다.
마지막은 벌판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리를 백허그하고 있는 매런)으로 끝나는데.
리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
JENNiNE's 후기
영화 속 매런이 보는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수준으로 외롭다.
비슷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극소수고,
그 극소수의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들 내 편도 아니다.
내 욕망은 나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한 욕망이고,
이 위험한 욕망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그 욕망처럼 위험하기 때문.
그렇다고 나와 피를 나눈 가족들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가족 구성원은 위험한 욕망을 가진 나를 사랑할 수 없다.
그들은 그 욕망을 가져본 적 없어서 그 욕망을 가진 사람들 자체를 위험하고, 더럽게 보니까.
그렇다고 그 욕망을 공유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 날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 역겨운 욕망을 가진 스스로를 역겹게 생각해서 자신과 같은 욕망을 지닌 사람들을 괴물로 여기니까.
매런의 욕망을 느껴보지 못한 매런의 아버지는 매런의 욕망이 컨트롤 될 수 있는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앞에선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널 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넌 자라나며 영악해졌고, 일주일 간 보낸 캠프에서 한 아이가 실종되게 만들었다.'
라는 말에서 매런의 아버지는 매런의 식욕을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욕망'이라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욕망을 느껴본 적 없는 매런의 아버지는 매런이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 사고를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런을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지도 못한 것 같다.
끝끝내 '널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았다.'고 내뱉는 걸 보면.
그런 말은 차라리 내뱉지 않는 게 나았을 텐데.
매런의 욕망을 전달해준 매런의 어머니는 매런의 욕망이 이성으로 컨트롤 될 수 없는 욕망임을 알고 있다.
'너와 네 아버지를 사랑해서 떠났다,
네 성장 과정에서 해주지 못한 게 많아 미안하다.'
라는 편지 내용에서 매런의 어머니는 매런과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매런을 자신의 자식(내지는 피조물)으로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매런의 엄마 또한 매런을 사랑할 수는 없다.
스스로의 욕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혐오에 빠져 자신의 손을 먹어버린 엄마가
자신의 저주 받은 욕망을 그대로 물려받은 딸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어차피 괴물은 행복할 수 없을 테니, 내가 네 고통을 끝내줄게.'라고 쓴 걸 보면.
매런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본인 마음대로 죽이려고 든 걸 보면.
매런의 엄마는 자신과 닮은 매런을 소유물 정도로는 생각할 지언정 사랑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욕망의 근원지인 어머니를 찾아나서는 매런은
언뜻 보기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위험한 욕망을 이해하는 eater들 중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엄마일 거라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 여정을 솔직하고 서툰, 쿨한 척 하지만 따듯한
욕망을 판단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받아들인(?) eater 리가 함께 했다.
결말부까지 보는 내내 자꾸만 궁금했다.
매런이 저 여정을 리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매런 혼자 저 여정을 진행했다면.
과연 매런은 엄마가 달려들었을 때 엄마를 밀쳐낼 수 있었을까.
매런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리가 아니었더라면,
리가 조금이라도 고고한 척 순결한 척하며 매런의 판단 여지를 늘리는 캐릭터라 매런에게 거부감을 줬다면.
그래서 매런이 사랑을 주고 받는 게 어떤 건지 몰랐더라면.
매런은 자신을 괴물 취급하며 죽이려는 엄마한테 순순히 먹혔을지도 모르겠다.
역겨운 욕망을 가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어서
자신의 엄마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끝내주기를 바라다
자신을 낳은 자신의 엄마가 자신의 삶을 끝내준다니 그냥 다 포기하고 먹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이 어떤 모양인지 전혀 모르니까...
나를 시작하게 한 사람이 나를 끝내주는 것도 하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후.
그리고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리에게서 떨어지고.
완전히 혼자 있게 된 그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혼자있기 전의 매런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 욕망을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셜리에게 혼자 다니고 싶다고 할 수 있었음에도 도망치듯 빠져나왔고.
리에게 셜리에 대해 얘기할 때도 그저 약간 creepy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리에게 며칠간 혼자 있고 싶다고 할 수 있었음에도 도망치듯 달려나갔고.
리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정처 없이 떠돌다
셜리에게 하고 싶던 말을 퍼붓고, 셜리에게 욕을 신나게 먹고 난 후였다.
이렇게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거친 후에서야 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야 리에게 찾아갈 용기가 난 것 같다.
그리고 리는.
매런과 마찬가지로 매런을 통해 스스로를 용서하고,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사실 제일 마음이 많이 갔던 캐릭터는
영화 초반부부터 주도권을 꽉 쥐고 간 매런이 아니라
매런의 옆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던 리였다.
여동생을 지키느라 다친 리가 안쓰러웠고.
아무렇지 않은 척, 신경쓰지 않는 척, 지켜주지 않는 척, 건조하고 차가운 사람인 척
따듯한 마음을 감추며 매런의 옆을 지켜주던 리가 안쓰러웠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냉담한 척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았을까 싶어서 짠한.
또 다음으로 마음이 많이 갔던 캐릭터는 짜증나게ㅠㅠ 셜리였다.
상황에 해야할 말, 하지 말아야할 말을 가리지 못하고 내뱉는 게.
도덕성과 욕망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매런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매런의 환심을 사려고ㅠㅠ
'나는 죽은 사람만 먹는다.'는 식으로 오염된 도덕성을 강조하며 깨끗한 척 하며 매런의 혼란을 가중화하던 게.
사냥에 관해서는 오염된 깨끗한 룰까지 만들어 놓을 정도로 능숙하면서
인사도 없이 떠나간 매런 쫓아다니다 리를 떠났으니 다시 나랑 친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다가가는 서투름이.
욕도 못하고 화도 못 내면서 어떻게든 상처받은 거 감추려고 화내고 욕하는 게.
인간관계에서 순전히 자기 위주로 저지르는 그 모든 순수한 서투름이 짜증나게 애틋했다.
늙은 남자의 모습에 순수하고 서툰 어린아이의 마음이 서려있는 것 같아서 징그럽고 짜증나면서도.
스스로를 3인칭화해서 말하는 게 매런처럼 스스로의 욕망을 인정할 수 없어
욕망을 느끼는 자신과 욕망이 없는 자신을 분리하게 된 게 아닌가,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이나마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타인인 매런의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게 어딘가 짠한...ㅠㅠ
평범하지 못한 덕에 뼈에 사무치게 외로웠던 두 사람이,
차갑고 섬뜩하다 못해 살아있는 시체 같던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주며 온기를 되찾아가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일상 속 장면들이 따듯했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
자신에게는 줄 수 없는 사랑을, 허용되지 않는 사랑을
서로에게 먹이며 서로를 완전하게 만드는 것도 아름다웠다.
쓰면서도 어이없다.
괴물 같은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다.
영화에는 우리가 공감할 수 없는, 우리 삶에 위협이 되는 두 사람이 나오고 있는데.
이상하게 이 두 사람의 입장에 완전히 몰입해서 이 두 사람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같은 eater들을 만났을 때도 제발 도망가 하면서 보게 되고.
셜리가 나타나 매런과 리의 위협할 때도
제발 셜리가 정신 차리고 떠나길 바라게 된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그냥 다 죽기를 바라야 '옳은' 것 같은데
타인의 희생이 있어야 행복한 이 등장인물들 모두가 진실로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이성의 영역에서는 안된다, 안된다고 울부짖는 '옳지 않은'것들을 바라게 된다.
비극적인 결말 때문에 여운이 많이 남는다.
조금만 행복했으면 좋았을 텐데.
비극으로 끝나서 이 둘을 싫어하지도, 미워하지도 못하게 된다.
Maybe love will save you free.
정말 이 말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영화인 것 같다.
JENNiNE's 총평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사운드. 섬찟하다가도 늘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다음은 조명.
빛과 어둠이 적절하게 쓰인 장면들 덕분에 몰입도 쉽다.
밝으면 무조건 행복하고, 어두우면 무조건 위험한 그런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밝아서 슬프고, 어두워서 안락한 느낌을 주는데...
진짜 감독이 조명?쓰는 방식이 변태 같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다.
언젠가 정말 미친 듯이 외로운 날.
세상의 모두가 내 적 같은 건 물론이고, 내가 날 죽이고 싶은 날.
나조차도 내 편이 아닌 날.
그런 날, 꺼내보면 괜찮은 영화일 것 같다.
'인생은 예술의 연속 > 처음 보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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