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퀸은 미친 걸 연기하는 행복한 년이다.
둘은 서로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밀어낸다.
할리퀸의 의존이 무거워지면 조커는 자신의 존재를 잃는 것 같아서 폭력을 휘두르고
조커가 할리를 열망하면 할리퀸은 자신을 잃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을 내어주고.
가까워지면 서로를 밀쳐내기 바쁜데 아예 멀어지면 서로를 애타게 찾아내서 기어이 재회한다.
할리퀸은 자신의 마음 속에 뭐가 있는지를 몰라서 자기 마음 속에 욕망을 불어넣어주는, 어쩌면 욕망 그 자체인 조커를 원하고.
조커는 자신이 처한 현실과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끊임없이 분열하는 가운데 할리퀸에게 자아실현 하고.
조커가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는 할리퀸이 승리자다.
미친놈 of 미친놈이자 범죄왕을 소유한 시간 덕에 좋든 싫든 퀸이라는 타이틀(좋은 날?엔 더더더 빛나게 해 줄 왕관 같은)이 붙었고.
나중에는 악당 중 최고인 조커를 오히려 비웃으며 앞으로 나아가니까.
분노에 미쳐서 행복을 연기하는 조커는 할리퀸과 자신의 불행을 나눌 수 없었지만,
조커 덕분에 미쳐서 행복해진 할리퀸은 나중에는 조커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었으니까.
남들 눈에 조커는 할리퀸의 독으로 보였겠지만, 할리퀸의 입장에서 조커는 자신의 잠식된 자아를 꺼내주러 온 구원자였던거고.
남들 눈에 할리퀸은 조커의 불쌍한 펫이었지만, 조커의 입장에서 할리퀸은 타인이 발견해줘야만 자신을 인식하는 무지한 존재라 버거웠던거다.
둘은 서로를 필요로 했지만 서로와 공존할 수는 없었을거다.
타고나길 너무 다른 기질로 인해 서로에게 깊은 공감을 할 수는 없었을테니까.
(그래도 미친듯이 서로를 갈망하고 원하고 약올라하고 미워했을거라는 점에서. 사랑했다면 사랑한거겠지.)
커플이지만 진정한 결합을 이루지 못한 커플 상태.
어쩌면 제일 외로우면서 헛헛한 관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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